충무로에 오래된 인쇄소 골목이 있다는 건 아는 분이 많은데,
그 골목 안에 주꾸미집이 50년째 있다는 건 의외로 잘 안 알려져 있지요.
간판보다 벽이 먼저 말해주는 집이거든요.
문을 열고 들어가면 미쉐린 스티커랑 블루리본, 방송 캡처가 벽을 빼곡히 채우고 있답니다.

1976년에 시작한 집
이 집은 1976년에 문을 열었어요.
2026년 기준으로 딱 50년째지요.
간판에도 “쭈꾸미 외길로 큰 식당 일궈낸 장영칠 사장"이라는 문구가 그대로 붙어 있어요.

주꾸미가 지금처럼 흔한 메뉴가 아니던 시절부터
숯불에 구워 먹는 주꾸미불고기 하나로 버텨온 집이거든요.
그 사이 충무로 골목은 인쇄소 동네에서 호텔이 들어서는 동네로 바뀌었는데,
이 집은 자리도 메뉴도 그대로예요.
미쉐린 가이드 빕구르망에는 6년 연속으로 이름이 올랐고,
블루리본도 여러 차례 받았어요.
2024년에는 블루리본서베이와 코카-콜라가 함께 뽑은 레드리본에도 들어갔지요.
방송 이력은 더 길어요.
2018년 수요미식회, 2021년 6시내고향, 2022년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2023년 생방송 오늘저녁을 거쳐
2026년 7월 31일 KBS2 2TV 생생정보 ‘맛집 맞수다’에도 나왔어요.
방송 직후에는 웨이팅이 평소보다 길어지는 편이니 참고해두면 편리해요.

가게 정보
주소: 서울특별시 중구 퇴계로31길 11
전화: 02-2279-0803
영업시간: 월-금 12:00-22:00, 토 12:00-21:30
휴무: 일요일
브레이크타임: 없음
예약: 전화 예약 가능
주차: 전용 주차장 없음 (인근 공영주차장 이용)
결제: 카드, 제로페이
포장: 가능
📍 카카오맵에서 충무로쭈꾸미불고기 충무로본점 위치 보기 →

오후 3-4시가 제일 편한 시간
충무로역 5번 출구로 나와서 골목으로 한 번만 꺾으면 도보 1-2분 거리예요.
극동빌딩 방향 첫 번째 골목으로 20m쯤 들어가면 노란 간판이 보인답니다.
골목이 좁고 안쪽이라 처음 오는 분은 지도를 켜고 가시는 게 좋아요.
문 여는 시각이 정오라는 점이 이 집의 성격을 잘 보여줘요.
주변 직장인들이 11시 30분이면 벌써 움직이는 동네인데도
50년째 12시에 문을 열거든요.
예전에는 11시 30분에 열던 시절도 있었는데 지금은 정오로 자리를 잡았어요.
대신 브레이크타임이 없어요.
그래서 오후 2시부터 4시 사이가 제일 여유로운 시간대예요.
이 시간에도 낮술 하는 손님이 몇 테이블 있을 만큼 손님이 끊기지는 않지만,
줄을 서지 않고 바로 앉을 수 있는 확률이 제일 높지요.
퇴근 시간인 6시가 넘어가면 상황이 달라져요.
순식간에 만석이 되고 가게 앞에 줄이 생겨요.
금요일 저녁 7시쯤이면 대기표가 60번대까지 나가고, 3인 기준 40분 안팎을 기다리게 되는 편이에요.
회전이 빠른 집이라 번호는 생각보다 빨리 줄어드는데,
그래도 저녁에 확실하게 앉고 싶으면 전화로 미리 예약해두는 쪽이 편해요.

일행이 다 와야 앉을 수 있어요
이 집에서 제일 많이 당황하는 지점이 여기예요.
일행이 전원 도착하지 않으면 자리를 안내해주지 않거든요.
두 명 중 한 명만 먼저 와 있으면 가게 안에 빈자리가 있어도 밖에서 기다려야 해요.
예약 손님도 예외가 아니에요.
이 방침은 어제오늘 생긴 게 아니라 10년 넘게 이어져 온 이 집의 방식이랍니다.
가게가 3층 규모로 넓은 편인데도 그렇게 운영하니까
“자리 있는데 왜 못 들어가지?” 싶어 언짢아하는 분도 있어요.
그러니 약속을 잡을 때는 가게 앞이 아니라
충무로역 출구에서 다 모인 뒤에 함께 들어가시는 걸 추천드려요.
그 한 가지만 알고 가도 기분 상할 일이 절반은 줄어요.

메뉴와 가격
메뉴는 놀랄 만큼 단순해요.
주꾸미 1인분 18,000원, 2인분 28,000원.
모듬(주꾸미와 키조개) 2인분 30,000원.
키조개, 그러니까 가이바시가 20,000원.
그리고 주꾸미야채볶음밥 8,000원이 전부거든요.

점심에는 볶음밥과 된장찌개를 묶은 점심특선이 6,000원이에요.
근처 직장인들이 점심에 이 메뉴만 먹고 가는 경우도 많아요.
같은 볶음밥인데 점심 시간대에 2,000원이 싸지는 셈이니 알아두면 좋겠지요.
처음 오셨다면 모듬을 권해드려요.
주꾸미만 시키면 키조개 관자 맛을 못 보는데,
2,000원 차이로 두 가지를 다 맛볼 수 있으니까요.
2인이면 모듬 2인분에 볶음밥 하나, 여기에 주꾸미 1인분을 더하면 넉넉해요.
주문할 때 알아둘 게 하나 있어요.
주꾸미는 2인분부터 주문이 시작되고,
1인분 18,000원짜리는 이미 시킨 뒤에 반 접시를 추가하는 개념에 가까워요.
그래서 홀수 인원이면 모듬 2인분에 주꾸미 1인분을 붙이는 식으로 맞추면 편해요.
가격은 세월만큼 올랐어요.
볶음밥이 6,000원 하던 시절을 지나 7,000원이 됐다가 지금은 8,000원이고,
소주도 4,000원에서 5,000원이 됐어요.
그래도 모듬 2인분 30,000원에 볶음밥까지 더하면 2인 4만 원 선이라,
숯불 해산물 구이 치고는 부담이 크지 않은 편이에요.

숯불에 직접 굽는 방식
이 집이 다른 주꾸미집과 갈라지는 지점이 조리 방식이에요.
철판에 볶아 나오는 게 아니라 숯불 석쇠 위에 직접 굽거든요.
서울에 주꾸미 볶음집은 많아도 숯불에 굽는 집은 드물어서
이것 하나로 찾아오는 손님이 많아요.

양념은 사장님 고향인 전남 순천에서 직접 담근 고추장으로 만들어요.
그 양념에 미리 재운 주꾸미가 새빨간 상태로 한 접시 나온답니다.
색만 보면 굉장히 매워 보이는데 실제로는 신라면 정도예요.
매운맛은 주문할 때 조절해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어요.
숯불이 들어오면 직원분이 석쇠를 불판 정중앙이 아니라
한쪽으로 비스듬히 밀어서 놓아주세요.
처음 보면 잘못 놓은 것 같아서 가운데로 옮기고 싶어지는데, 그게 이 집 방식이에요.
불이 직접 닿는 쪽에서 굽고, 다 익은 건 불 없는 쪽으로 옮겨두면
타지 않고 따뜻하게 먹을 수 있거든요.

양념이 묻어 있어서 가만히 두면 순식간에 타요.
집게를 들고 부지런히 뒤집어야 하고, 한 번에 다 올리지 말고 조금씩 올리는 게 요령이에요.
물기가 없어질 때쯤이 딱 먹기 좋은 상태고요.
석쇠가 까맣게 타면 갈아달라고 하면 바꿔주세요.

굽는 게 번거롭다고 느끼는 분도 분명 있어요.
직접 구워야 하니 대화하다가 태워 먹기 십상이고,
연기가 잘 안 빠져서 옷에 냄새가 배는 것도 감수해야 해요.

주꾸미와 관자, 그리고 볶음밥
주꾸미는 알이 굵어요.
작은 주꾸미가 나오는 집이 많은데 여기는 한 입에 넣기 벅찰 만큼 실해요.
익혀도 질기지 않고 야들야들한 편이고, 씹으면 통통한 살에서 육즙이 나와요.
양념이 세지 않아서 주꾸미 맛을 덮지 않는 점도 좋아요.
모듬에 함께 나오는 키조개 관자는 숨은 주인공이에요.
같은 양념을 입혔는데 식감이 완전히 달라요.
겉에는 양념이 배고 속은 부드럽게 쫄깃한데, 주꾸미보다 훨씬 빨리 익어요.
그래서 관자부터 올려서 먼저 먹고, 주꾸미는 뒤에 굽는 순서가 좋답니다.
주꾸미보다 관자가 낫다는 분이 꽤 많아요.

마지막은 볶음밥이에요.
이건 사이드가 아니라 거의 필수 코스로 봐도 돼요.
직접 볶는 게 아니라 다 볶아진 상태로 나오는데,
안에 주꾸미가 넉넉히 들어가 있고 김가루와 깨가 올라가 있어요.
고추장 양념 맛이 강해서 주꾸미보다 볶음밥이 더 맵다고 느끼는 분도 있어요.

볶음밥을 시키면 작은 뚝배기에 된장찌개가 같이 나오고
반찬도 두어 가지 더 나와요.
이 된장찌개가 집된장 스타일로 진해서 볶음밥이랑 잘 맞아요.
석쇠에 남은 양념구이를 볶음밥이랑 같이 먹어도 맛있고요.

기본 상차림은 상추, 마늘, 쌈장, 김치, 그리고 차가운 콩나물국이에요.
콩나물국은 맹숭한 듯 시원해서 매운 걸 먹다가 한 숟갈 뜨기 좋아요.
다만 쌈무나 마요네즈, 계란찜 같은 중화 아이템은 없어요.
매운 걸 잘 못 드시는 분은 상추와 콩나물국에만 의지해야 하는 점이 아쉬워요.
원산지는 표기가 붙어 있어요.
주꾸미는 태국과 베트남산, 키조개는 국내산이에요.
국내산 주꾸미를 기대하고 가면 어긋날 수 있으니 미리 알아두시는 게 좋아요.

임영웅 포스터로 도배된 가게
내부는 시간이 멈춘 듯한 노포 분위기예요.
1층부터 3층까지 규모가 꽤 크고, 층마다 좌석이 있어서 회식이나 단체 모임도 많이 와요.
안쪽에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좌식 자리도 있어요.
그런데 이 집에서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미쉐린 스티커가 아니에요.
벽면을 가득 채운 임영웅 포스터거든요.
사장님이 팬이라서 사인까지 걸려 있고, 앞치마에도 영웅시대라고 적혀 있답니다.
방송 캡처 위쪽으로 임영웅 사진이 층층이 붙어 있는 광경은 한 번 보면 잊기 어려워요.

소주잔을 종이로 한 겹 싸서 내주는 것도 이 집만의 방식이에요.
양념이 튀지 말라는 배려인데, 노포치고 위생에 신경 쓴 느낌이 들어서 반가워하는 분이 많아요.
손님층은 넓어요.
점심에는 인근 직장인, 저녁에는 회식 팀과 반주 손님이 자리를 채워요.
테이블마다 소주병이 놓여 있는 걸 보면 식당이라기보다 술집에 가까운 성격이에요.
일본과 중국에서 온 손님도 눈에 띄게 많고요.
아쉬운 점은 응대예요
솔직하게 짚고 가야 할 부분이 있어요.
이 집은 맛보다 응대에서 평이 나눠져요.
네이버 평점은 4.2점대인데 카카오맵은 3.2점대로 차이가 큰데,
그 차이의 대부분이 서비스에서 나와요.
바쁜 시간대에는 불러도 대답이 잘 안 오고, 답이 짧아요.
다 먹었느냐고 여러 번 묻거나 숯을 일찍 빼가는 일도 있어서
재촉당하는 느낌을 받는 분이 적지 않아요.
손님에게 반말이 나오는 일도 드물지 않고요.
반대로 친절했다는 손님도 많아요.
남자 사장님은 한결같이 상냥하고, 굽는 법을 직접 시범 보여주기도 해요.
결국 붐비는 시간대냐 아니냐에 따라 체감이 크게 달라지는 집이에요.
이 부분도 오후 시간대 방문을 권하는 이유 중 하나지요.

혼밥은 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해요.
주꾸미 1인분 메뉴가 있어서 혼자 먹을 수는 있는데,
바쁜 시간에는 1인 손님을 받지 않는 날도 있어요.
혼자 가실 거면 한산한 시간대를 고르시는 게 안전해요.
주차는 기대하지 않는 게 좋아요.
전용 주차장이 없어서 인근 공영주차장을 써야 하는데,
남산한옥마을 공영주차장이 5분당 430원이라 1시간에 5,000원 정도가 나와요.
술을 곁들이는 메뉴이기도 하니 지하철이 제일 편해요.
정리하면
50년을 한자리에서 버틴 집이라 세련된 걸 기대하면 어긋나요.
가게는 낡았고, 응대는 투박하고, 굽는 것도 직접 해야 하고,
반찬도 딱 필요한 것만 나와요.
그런데 숯불에 구운 양념 주꾸미와 관자는 서울에서 대체할 데를 찾기가 어려워요.
불향이 배어든 매콤달콤한 양념에 소주 한 잔 곁들이기에 이만한 조합이 드물거든요.
마무리로 볶음밥까지 먹고 나오면 왜 50년인지 어느 정도 납득이 돼요.

조용하고 정갈한 자리를 찾는 분이라면 다른 곳이 맞아요.
반대로 노포 분위기에서 반주 한잔하려는 분,
회식 자리를 잡아야 하는 분에게는 잘 맞는 집이에요.
가시려거든 일행 다 모아서, 되도록 오후 시간대에 들러보세요.
찾아가는 길
지하철 3호선과 4호선 충무로역 5번 출구에서 도보 1-2분이에요.
출구를 나와 극동빌딩 방향 첫 번째 골목으로 들어가면 20m 안쪽에 있어요.
골목 안쪽이라 간판이 보일 때까지 지도를 켜두시는 편이 편리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