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아구찜 이야기가 나오면 빠지지 않고 이름이 오르는 집이 있어요.
기장 일광 학리 초입의 전산가든이에요.
간판만 보면 오리고기나 백숙집 같지만, 파는 건 아구찜과 아구수육 딱 두 가지뿐인 아구 전문점이에요.
일광해수욕장에서 학리 포구 방향으로 차로 5분쯤 들어가면 파란 지붕의 옛 가정집 건물이 나와요.
2001년쯤 문을 연 뒤 한자리를 지켜온 곳이라, 부산에서는 일광아구찜·일미아구찜과 함께 “기장 3대 아구찜"으로 묶여 불리기도 해요.
세 집 중에서도 산초와 방아를 제대로 쓰는 집을 찾는 사람들이 결국 도착하는 곳이 여기예요.

가게 기본 정보
주소는 부산 기장군 일광읍 학리길 16이에요.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저녁 8시 무렵까지이고, 라스트오더가 저녁 6시 반에서 7시 사이로 이른 편이라 저녁은 서두르는 게 좋아요.
매주 수요일이 정기휴무인데, 수요일이 공휴일이면 정상 영업해요.
전화는 051-721-1093이고, 단체는 전화 예약이 가능하지만 일반 방문은 현장 수기 명부에 이름을 적고 기다리는 방식이에요.
어떤 자리에 어울리는 곳인가
손님 연령대가 높은 집이에요.
평일 낮에는 60-70대 어르신 테이블이 홀을 채우고, 주말엔 부모님을 모시고 온 가족 단위가 대부분이에요.
아기 의자가 있고 방 형태의 공간도 여러 개라, 어른들 생신 모임이나 가족 외식 자리로 특히 잘 맞아요.
데이트 코스라면 조용한 분위기보다는 왁자한 노포 분위기를 즐기는 커플에게 어울려요.
웨이팅은 각오하는 게 좋아요.
주말은 오픈 시간인 11시 전부터 명부가 채워지고, 평일에도 12시 전에 만석이 되는 날이 많아요.
다만 식사 회전이 빠른 편이라 대기가 길어 보여도 생각보다 금방 빠져요.
점심 피크를 피해 오후 2-3시쯤 가면 한결 여유롭게 먹을 수 있어요.

아구찜 - 산초와 방아가 만드는 맛
이 집 아구찜의 정체성은 산초 가루와 방아잎이에요.
주문할 때 산초·방아를 넣을지, 맵기는 어느 단계로 할지 물어보시는데, 맵기는 안 맵게부터 왕맵게까지 다섯 단계로 나뉘어요.
보통 맛이 신라면 맵기 정도라, 매운 게 부담스러우면 순한 맛을 고르면 돼요.
냉동이 아닌 생아구만 쓰는 집이라 살이 탱글하고 비린내가 없어요.
양념은 고춧가루로 밀어붙이는 텁텁한 매운맛이 아니라, 감칠맛 위에 산초의 알싸함과 방아의 향긋함이 얹히는 스타일이에요.
경상도 밖에서 온 사람에게는 낯선 향일 수 있어서 호불호가 갈리지만, 이 향에 한번 익숙해지면 다른 집 아구찜이 밋밋하게 느껴진다는 사람이 많아요.
거꾸로 산초와 방아를 빼면 양념 자체는 순한 편이라 특유의 개성이 줄어드니, 가능하면 넣어서 먹어보는 걸 권해요.

양은 이름값을 못 해요.
소가 소가 아니에요.
소 사이즈가 성인 2-3명, 중 사이즈는 4-5명이 먹고도 남는 수준이라, 인원이 애매하면 한 단계 작은 걸 시키는 게 안전해요.
콩나물은 숨이 살아 있게 아삭하고, 미더덕도 넉넉히 들어가요.
마무리로 감자 전분이 든 쫄깃한 사리를 추가해 남은 양념에 비벼 먹는 게 이 집의 국룰이에요.

아구수육 - 이 집의 진짜 시그니처
아구찜을 하는 집은 많아도 아구수육을 이렇게 내는 집은 드물어요.
연한 양념이 밴 붉은빛 수육 위에 아구간이 큼직하게 올라가는데, 이 간이 전산가든의 백미예요.
크리미하고 녹진해서 푸아그라나 우니에 비유하는 사람이 많고, 살에 소스처럼 발라 먹으면 고소함이 배가 돼요.
간 외에도 위, 대창, 지느러미, 껍질까지 부위별로 골고루 올라가서 식감을 골라 먹는 재미가 있어요.
위는 따뜻할 때 먹어야 쫄깃하고, 식으면 질겨지니 나오자마자 먼저 집는 게 요령이에요.
수육을 시키면 얼큰한 아구 국물이 함께 나와요.
같이 온 일행 중 매운 걸 못 먹는 어른이 있다면 수육이 답이에요.
맵지 않고 담백해서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무리 없이 먹을 수 있어요.
한 가지 알아두면 좋은 숨은 메뉴가 있어요.
아구수육을 주문한 테이블에 한해 미더덕찜을 추가할 수 있는데, 아구찜 양념에 미더덕과 콩나물을 넣어 찜으로 만들어 줘요.
수육을 조금 남겨 뒀다가 미더덕찜에 섞어 먹으면 한 번에 수육과 찜 두 가지를 즐길 수 있어서, 2인 방문객에게 특히 유용한 조합이에요.

반찬과 분위기
밑반찬은 일곱 가지 안팎으로 나오는데 하나같이 손맛이 있어요.
액젓 베이스의 해초 무침, 달큰한 작두콩 조림, 물김치 같은 경상도식 찬이 주를 이루고, 처음 보는 사람은 흠칫하는 아구입 조림이 별미예요.
뾰족한 이빨 옆에 붙은 살이 젤리처럼 쫀득해서 어르신들이 특히 좋아하는 반찬이에요.

건물은 옛 가정집을 개조한 노포인데, 예전엔 신발을 벗고 앉는 좌식이었다가 몇 해 전 리모델링을 거치면서 전 좌석이 입식 테이블로 바뀌었어요.
본관 외에 별관과 방들이 있어서 규모가 보기보다 커요.
창가 자리에서는 멀리 학리 방파제와 바다가 보여요.
방송을 여러 번 탄 집이기도 해요.
2022년 6월 E채널 ‘토요일은 밥이 좋아’에 아귀찜·아귀수육편으로 나왔고, MBN ‘지붕 없는 식탁’에도 소개됐어요.
벽에는 다녀간 연예인들 사인이 붙어 있어요.
방송 이후 확실히 젊은 손님과 관광객이 늘었지만, 여전히 손님의 중심축은 수십 년 단골 어르신들이에요.
가격과 변화
가격은 세월 따라 꾸준히 올랐어요.
아구찜 소 기준으로 2019년쯤 3만 원이던 것이 2021년 3만 5천 원, 2022년 4만 원을 거쳐 지금은 4만 5천 원이에요.
아구수육은 소 6만 5천 원부터 대 8만 5천 원까지이고, 둘이 먹기 좋은 2인 수육 5만 원짜리가 생겨서 소짜도 부담스러운 2인 손님의 선택지가 넓어졌어요.
예전엔 평일 특선으로 아구탕도 팔았는데 지금 메뉴판에서는 빠졌어요.
싼 가격은 아니지만 양과 재료를 보면 납득이 되는 수준이라, 가성비 이야기가 꾸준히 나오는 집이에요.

아쉬운 점
솔직히 짚을 부분도 있어요.
하나, 화장실이 건물 밖에 있고 시설이 낡은 편이라 위생에 예민한 분들은 불편할 수 있어요.
둘, 워낙 바쁜 집이라 피크 시간엔 직원 응대가 기계적으로 느껴지거나 호출이 늦어질 때가 있어요.
셋, 살코기보다 물컹한 부위의 비중이 커서, 흰 살코기 위주로 먹는 사람에겐 아쉽다는 평도 있어요.
날에 따라 양념이 덜 밴 것 같다는 후기도 간간이 보이니, 간이 약하다 싶으면 그날은 양념을 얹어 가며 먹는 게 나아요.
위치와 찾아가는 길
자차가 가장 편해요.
가게 앞마당에 7-8대, 골목 아래쪽에 넓은 전용 주차장이 따로 있고 바쁜 시간엔 주차 안내를 해 주는 분이 계세요.
대중교통이라면 동해선 일광역에서 내려 택시로 기본요금 거리이고, 가게 바로 앞에 학리입구 버스 정류장이 있지만 배차가 뜸해요.
식사 후에는 차로 1-2분 거리의 학리 방파제나 일광해수욕장을 걷기 좋고, 건너편과 해변 쪽에 카페도 여럿 있어요.
총평
전산가든은 화려한 식당이 아니에요.
낡은 건물, 북적이는 홀, 밖에 있는 화장실까지 불편함이 분명 있어요.
그런데도 20년 넘게 어르신들이 단골로 채우고, 김해나 울산에서까지 원정을 오는 데는 이유가 있어요.
생아구의 신선함, 산초와 방아가 만드는 다른 데 없는 향, 그리고 소짜조차 넘치는 양이에요.

부모님 모시고 갈 식당을 기장에서 찾는다면 실패 확률이 아주 낮은 집이고, 아구수육과 아구간이라는 흔치 않은 메뉴 하나만으로도 한 번은 가 볼 가치가 있어요.
다시 찾게 되는 집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닌 곳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