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글로 남길 생각은 없었는데, 자꾸 가게 되더라고요.
해적수산은 광주 북구 임동의 좀 넓은 도로변에 있어요.
우연히 지나가다 발견하는 그런 위치는 아니에요.
주변에 정말 아무것도 없는데 이 집 간판만 딱 밝게 켜져 있어요.
해적수산
광주광역시 북구 금남로 14 1층

이름이 해적수산이라 사장님이 해적 닮으셨나 했는데 전혀 아니세요.
오히려 요즘 보기 드물게 친절하신 분이고, 두 번째 가면 얼굴도 기억해 주시더라고요.

화려한 곁들이 말고, 회에 집중하는 집
먼저 알아두면 좋은 건, 여기는 철저하게 회 위주의 집이라는 거예요.
수산물 직판장이 자리 깔고 앉게 해준 느낌이랄까요.
안에 테이블은 여섯 개 정도, 입구 쪽에 큰 수족관이 있고, 인테리어라고 할 만한 건 거의 없어요.

스끼(곁들이)가 푸짐하게 깔리는 횟집을 생각하고 가면 살짝 당황할 수 있어요.
사장님이 일부러 기본찬을 적게 내시거든요.
대신 회만큼은 절대 대충 안 하세요.
수족관만 봐도 알아요.
통통한 방어가 헤엄치고 있고, 어떤 날은 갑오징어가 유리에 다리를 쩍 붙이고 있어요.
지금 먹는 게 방금까지 저 안에 있던 거예요.


가격이랑 결제 이야기
메뉴판은 벽에 붙어 있고, 산오징어처럼 그날그날 시세로 움직이는 메뉴가 많아요.
한번은 산오징어 되는지 미리 전화드렸는데 “지금 오시면 돼요” 하시더라고요.
이게 정답이에요. 금방 떨어지거든요.
한번은 6시 반쯤 갔는데 벌써 몇 마리 안 남았더라고요.
큰비 온 뒤라 물이 탁해져서 그날 딱 마흔 마리만 들어왔다고 하셨어요.
그러니 꼭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전화부터 한 통 드리세요.

여기서 실용적인 부분 하나요.
카드도 당연히 돼요. 우리나라 식당은 거의 다 카드가 되니까요.
다만 이 집은 현금(계좌이체) 할인이 있고, 그 차이가 은근 커요.
현금가로 소주랑 맥주가 2,800원이었고, 산오징어는 제가 갔던 날 한 마리에 14,000원 정도였어요.
현금으로 계산하면 거의 모든 게 조금씩 싸지는 셈이에요.

작은 팁 하나 더요.
지인이 한번은 감성돔 영수증이 메뉴판 가격이랑 달라서 여쭤봤더니, 1kg보다 양이 더 나와서 그런 거라고 하셨대요.
맛있고 양도 푸짐했지만, 무게로 값이 매겨지는 메뉴는 주문할 때 미리 물어보는 게 오해가 없더라고요.
먹은 것들
기본찬은 단출해요.
작은 반찬 몇 개랑 홍합탕(홍합탕)이 나오는데, 저는 이제 이 홍합탕이 은근 기다려져요.
국물이 시원하고 칼칼해서 회 나오기도 전에 사라지는 그런 맛이에요.


산오징어회
사람들이 여기까지 차 끌고 오는 이유가 바로 이거예요.
어찌나 싱싱한지 윤기가 좔좔 흐르고, 세로로 길게 썰어서 내주세요.
식감이 진짜 탱글탱글하고, 씹을수록 달큰한 맛이 올라와요.


특제 소스가 하나 있는데, 솔직히 보통 초장보다 이게 훨씬 맛있어요.
매콤하면서 감칠맛이 깊어요.
오징어에 이 소스 찍고 깻잎에 싸 먹는 조합을 저는 계속 찾게 되더라고요.

깻잎막회
산오징어가 헤드라이너라면, 동네에서 이 집을 입소문 나게 한 건 깻잎막회예요.
막회는 말 그대로 막 썬 모둠회인데, 두툼하게 썬 생선에 깻잎이랑 양상추, 콩가루를 같이 버무린 거예요.
콩가루가 고소하고 채소가 식감을 살려주는데, 이게 묘하게 잘 어울려요.
깻잎에 한입 싸서 소스에 찍어 먹으면 끝이에요.


계절 따라 즐기는 나머지 회들
몇 번 다니면서 메뉴를 꽤 많이 먹어봤어요.
겨울 대방어는, 그중에서도 빵이 커서 돼지방어라고 부르는 큰 녀석은 기름지고 윤기가 좔좔 흘렀어요.
일반 방어보다 더 고소하고 살이 차 있더라고요.
방어 특유의 비린맛 때문에 꺼리는 분들도 있는데, 이렇게 바로 잡아서 바로 썰어주니 비린 기가 전혀 없었어요.

감성돔은 그에 비해 담백하고 깔끔했고, 멍게를 시켰더니 석화(굴)를 서비스로 몇 개 얹어 주셨어요.


갑오징어는 먹물이랑 부산물까지 같이 나오는데, 말은 좀 거하게 들려도 맛은 깔끔하고 살짝 달아요.
봄에는 역시 도다리고요.
광어막회는 양도 푸짐하고 고소해서, 그냥 회랑 채소 한가득 먹고 싶을 때 시키기 좋아요.



산오징어가 들어온 날이면 물회도 꼭 시켜보세요.
새콤달콤하고 시원한 물회인데, 소면을 같이 주세요.
참기름을 발라줘서 면이 안 퍼지고, 차가운 국물에 말아 먹으면 찰떡궁합이에요.


마무리는 이렇게
보통 마무리는 두 가지예요.
하나는 매운탕(매운탕)인데, 막 강하게 매운 건 아니고 MSG 맛이 세지 않은 얼큰한 국물이에요.
다른 하나는 뽀글이 라면(뽀글이)이고요.
술 몇 잔 들어간 뒤에 딱 당기는 탄수화물이에요.


이쯤 되면 누군가 또 쏘맥을 말고 있고, 테이블은 기분 좋게 어수선해져요.

교통이 살짝 불편한 건 맞아요.
그래도 저는 또 갈 거예요.
회가 이렇게 싱싱하고 사장님이 이렇게 편한 집이 흔치 않거든요.
다음에 또 누가 귀에 대고 산오징어 노래를 부르면, 저는 이미 어디로 갈지 알고 있어요.
위치와 찾아가는 길
해적수산은 광주 북구 임동, 금남로변에 있어요.
주변에 큰 건물이 없어 환하게 켜진 간판을 보고 찾으면 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