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동쪽 해안도로를 달리다 보면 빨간 간판 하나가 눈에 들어와요.

회국수라는 메뉴를 처음 만든 집, 촌촌해녀촌이에요.
이름은 여러 번 바뀌었어요. 예전엔 동복리해녀촌, 동복해녀촌으로 불렸고 지금은 촌촌해녀촌이에요.
동복리 해녀회에서 운영하는, 꽤 오래된 로컬 식당이에요.

회국수가 뭔지 모르고 가는 분들이 많아요.
물회인가 싶다가, 비닐장갑 끼고 비벼 먹는 비빔국수를 받아들고 살짝 놀라게 되는 그런 메뉴예요.

제주 구좌 동복리 해안도로에 있는 촌촌해녀촌 건물 외관

어떤 자리에 어울리는 곳일까

여기는 거창한 코스 요리집이 아니에요.
바다 보면서 후루룩 가볍게 한 끼 하기 좋은, 딱 그런 식당이에요.

위치가 함덕해수욕장에서 김녕해수욕장으로 넘어가는 해안도로 길목이에요.
동쪽 코스로 여행하는 분들이 이동 중에 들르기 딱 좋아요.

특히 아침 식사가 되는 게 큰 장점이에요.
제주 식당이 보통 11시는 돼야 여는데, 여기는 9시에 문을 열어요.
숙소 조식 대신 바다 보며 회국수 한 그릇으로 하루를 시작하기 좋은 곳이에요.

아이를 데려와도 무난해요.
매운 회국수가 부담되면 따뜻한 성게국수나 전복죽이 있으니까요.
다만 아기 의자는 따로 없어서, 아이와 가면 안쪽 방으로 안내해 주시는 편이에요.

가는 길과 주차, 웨이팅

촌촌해녀촌 이야기에서 주차는 빼놓을 수 없어요.
제주 맛집은 주차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곳이 많은데, 여기는 매장 앞에 넓은 전용 주차장이 있어요.
차를 십수 대 댈 수 있어서, 렌터카 여행 중에 마음 편히 들어갈 수 있어요.

촌촌해녀촌 건물 벽면의 회국수전문점 간판

📍 카카오맵에서 촌촌해녀촌 위치 보기 →

웨이팅은 시간대를 많이 타요.
점심 피크인 정오 무렵엔 가게 앞에 줄이 생기기도 해요.
대신 회전율이 정말 빨라서, 한 자리에서 손님이 두세 번 바뀌는 걸 보게 될 정도예요.
그래서 줄이 있어도 오래 기다리는 경우는 드물어요.

아침 일찍이나 점심 피크를 살짝 비끼면 웨이팅 없이 바로 앉을 수 있어요.
성시경의 먹을텐데에 나온 뒤로 손님이 부쩍 늘었으니, 한산하게 먹고 싶다면 이른 시간을 추천해요.

촌촌해녀촌 매장에 걸린 원산지 표시판과 방송 출연 사진

대표 메뉴, 회국수

테이블에 앉으면 미역국과 깍두기, 콩나물무침 같은 기본찬이 깔려요.
미역국은 짜지 않고 슴슴한 편이라 호불호가 갈리기도 해요.
반찬은 셀프로 더 가져다 먹을 수 있어요.

회국수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소면이 아니에요.
도톰한 중면이라 쫄면 같은 식감이 있어요.
그 위에 도톰하게 썬 회가 푸짐하게 올라가고, 새콤달콤하면서 매콤한 양념장이 듬뿍 뿌려져 나와요.

도톰한 중면 위에 회와 매콤한 양념장이 올라간 촌촌해녀촌 회국수

먹는 방법이 좀 특이해요.
같이 주는 비닐장갑을 끼고 손으로 슥슥 비벼서 먹어요.
참기름 향까지 더해져서 비비는 순간부터 입맛이 확 돌아요.

비닐장갑을 끼고 비비기 전 상태의 촌촌해녀촌 회국수

양념이 생각보다 매운 편이에요.
매운 걸 잘 못 먹는 분이라면 각오를 하셔야 해요.
처음엔 안 매운 듯하다가 먹을수록 매운맛이 올라오는 스타일이에요.

신맛은 강하지 않게 나와요.
테이블마다 식초가 놓여 있어서, 새콤한 맛을 좋아하면 한 바퀴 둘러 취향껏 맞추면 돼요.
이 식초로 간을 맞추는 게 이 집을 잘 먹는 작은 요령이에요.

솔직히 말하면 호불호가 있는 메뉴예요.
“원조답게 특별하다"는 사람도 있고, “비빔면에 회 올린 맛"이라며 평범하게 느끼는 사람도 있어요.
회 양이 적다고 느끼는 분도 있는데, 그럴 땐 회추가(1만 원)를 하면 면이 안 보일 만큼 회가 올라와요.
야채추가는 무료라, 푸짐하게 먹고 싶으면 챙기면 좋아요.

양념을 골고루 비벼 완성한 촌촌해녀촌 회국수 한 접시

성게국수와 따뜻한 메뉴

매운 회국수가 부담되면 성게국수가 답이에요.
따뜻한 온면 위에 성게알이 올라가는데, 멸치육수에 후추가 살짝 들어간 담백한 맛이에요.
성게 특유의 향이 강하지 않아서 처음 먹는 사람도 부담 없이 먹어요.

따뜻한 멸치육수에 성게알과 쪽파를 올린 촌촌해녀촌 성게국수

다만 이 메뉴도 평이 갈려요.
고소하고 속이 편하다는 쪽과, 성게 맛이 약하고 잔치국수 같다는 쪽이 나뉘어요.
기대를 너무 키우기보다, 회국수의 매운맛을 중화하는 따뜻한 한 그릇 정도로 생각하면 만족도가 높아요.

전복죽도 조용한 추천 메뉴예요.
전복 내장까지 넣어 끓여서 초록빛이 도는데, 담백하고 자극적이지 않아 아이들도 잘 먹어요.

의외의 복병, 구이와 조림

회국수만 보고 가기엔 아까운 메뉴들이 있어요.
바로 고등어구이예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구워 나오는데, 비린내가 거의 없어요.
밥 한 공기가 그냥 사라지는 맛이에요.
주문하면 바로 구워 주셔서 10분쯤 걸리니, 회국수보다 조금 늦게 나오는 건 감안하면 좋아요.

오래 다닌 사람들 사이에선 매운탕도 숨은 메뉴로 통해요.
메뉴판엔 머리매운탕으로 적혀 있어 망설여질 수 있는데, 생선살이 실하고 국물이 진해요.
비 오는 쌀쌀한 제주 날씨엔 이 뜨끈한 국물이 더 생각나요.
갈치조림, 고등어조림도 압력밥솥에 조리해 매콤하니 밥도둑이에요.

여름엔 물회도 좋아요.
모둠물회엔 한치, 해삼, 멍게, 소라 같은 해산물이 다양하게 들어가고 살얼음 육수가 시원해요.

다양한 해산물이 소복이 올라간 촌촌해녀촌 모둠물회

회국수의 부족한 새콤함을 물회가 채워줘서, 둘을 같이 시켜 나눠 먹는 조합이 인기예요.

새콤한 육수에 회를 넣어 시원하게 즐기는 촌촌해녀촌 물회

다만 한치나 자리는 제철이 아니면 냉동으로 나온다고 미리 안내해 주세요.

싱싱한 채소 위에 회를 올려 낸 촌촌해녀촌 회무침

분위기와 오션뷰

매장은 넓고 테이블도 많아요.
건물이 두 동인데, 붉은 타일의 옛 건물과 새로 지은 신관을 번갈아 써요.
한쪽이 만석이면 옆 건물로 안내해 주시기도 해요.

창가 자리는 바로 앞이 동복 바다라 뷰가 정말 시원해요.
다들 창가석부터 채우니, 바다 보며 먹고 싶다면 이른 시간이 유리해요.
다만 함덕이나 김녕 해변만큼 드라마틱한 뷰는 아니에요. 잔잔하게 펼쳐진 동네 바다 느낌이에요.

직원분들 중에 외국인 스태프가 많은데 응대는 친절한 편이에요.
다만 혼자 가면 2인 이상 주문을 권하는 분위기가 있어서, 혼밥으로는 살짝 애매할 수 있어요.

가격과 결제

가격은 회국수 13,000원, 성게국수와 한치국수 15,000원, 고등어구이 14,000원, 전복죽 13,000원 정도예요.
모둠물회는 18,000원이에요.

촌촌해녀촌 매장에 걸린 메뉴판과 가격표

재밌는 건 이 집의 가격 변화예요.
회국수가 한동안 8,000원이던 시절이 있었고, 2017년쯤 9,000원, 2024년에 12,000원, 지금은 13,000원이에요.
원조집인 만큼 오래 지켜본 단골들은 “그래도 요즘 물가치곤 덜 올린 편"이라고들 해요.

결제는 카드가 되고, 제주 지역화폐인 탐나는전도 쓸 수 있어요.

정리하면

촌촌해녀촌은 “인생 맛집"이라며 멀리서 일부러 찾아갈 집이라기보단, 제주 동쪽을 여행하다 동선에 맞으면 꼭 한 번 들러볼 만한 곳이에요.

회국수는 원조라는 상징성과 독특한 경험이 분명히 있어요.
다만 맛은 호불호가 있으니, 회국수만 고집하기보다 고등어구이나 전복죽, 물회를 곁들이면 만족도가 확 올라가요.

넓은 주차장, 빠른 회전율, 아침 영업, 바다 뷰까지.
음식 하나로만 평가하기보다 이 모든 걸 묶어 보면 다시 찾게 되는 이유가 보이는 집이에요.

📍 카카오맵에서 촌촌해녀촌 위치 보기 →

제주 동쪽에서 회국수 한 그릇 떠오를 때, 한 번쯤 들러볼 만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