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서 나고 자란 사람한테 신정시장 칼국수 골목은 좀 특별해요.
저는 학생 때부터 엄마 장보따리 들고 따라다니다가 한 그릇씩 얻어먹던 골목이라, 지금도 시장에 갈 일이 생기면 발이 저절로 그쪽으로 향하더라고요.
여기가 재밌는 게, 칼국수집이 한 골목에 다닥다닥 붙어 있어요.
간판도 비슷비슷하고 가격도 거의 같아서 처음 오시는 분들은 “여기가 거기 같고 거기가 여기 같은데 도대체 어디로 들어가지” 싶으실 거예요.
저도 그동안 이 집 저 집 다 들락거려 봤는데, 오늘은 그중에서 제가 제일 자주 가는 세 곳을 한 번에 풀어볼게요.
경주손칼국수, 옛날손칼국수, 조선칼국수.
세 집 다 걸어서 1분 거리에 모여 있어서, 사실 그날 줄이 짧은 집으로 들어가게 되는 일이 많아요.

가기 전에, 주차부터 말씀드릴게요
시장 골목 음식이 다 그렇지만 여기도 주차가 제일 고민이에요.
칼국수 골목 자체가 좁아서 가게 앞에 차를 댈 수는 없어요.
정답은 신정시장 공영주차장(신정1동 공영주차장, 울산 남구 월평로 25) 입니다.
여기 대고 골목까지 걸어서 3분 정도면 도착해요.
그리고 이게 은근 중요한 꿀팁인데, 어느 집이든 계산할 때 주차권 달라고 하면 1시간짜리를 챙겨주세요.
깜빡하고 말 안 하면 그냥 본인 돈 내야 하니까 꼭 말씀하세요.
일요일에는 아예 공영주차장이 무료라 마음이 편하고요.
조선칼국수는 가게 앞 도로변 노상주차도 1시간 무료 지원을 해줘서, 자리가 보이면 거기 잠깐 대도 돼요.
사실 주말 점심엔 주차장도 만차라 좀 헤맬 수 있으니, 시간 여유 있으면 일찍 움직이시는 걸 추천해요.
경주손칼국수 — 골목에서 제일 줄 서는 집
세 집 중에 가장 유명하고, 점심엔 늘 줄이 서 있는 곳이에요.
신기한 게 옆집들도 다 칼국수집인데 유독 여기만 줄이 길어요.
예전에 줄 서 있다가 앞에 계신 동네 어르신한테 “여기가 그렇게 맛있어요?” 물으니 “여기가 젤 낫지” 하시던 게 생각나네요.
줄이 길어지면 옆 가게 장사에 방해될까 봐 반대편으로 줄을 세우게 해두셔서, 양쪽에서 줄을 서면 시장 통로가 다 막힐 정도예요.

여기 오래 다닌 사람으로서 변한 게 하나 있는데, 예전엔 바닥에 앉는 좌식이었거든요.
어느 순간 가보니 입식 테이블로 싹 바뀌어 있더라고요.
무릎 불편한 어르신들 모시고 가기엔 지금이 훨씬 편해요.

가격은 손칼국수 소가 6,000원, 대(곱빼기)가 7,000원이에요.
그런데 여기 양을 절대 우습게 보면 안 돼요.
소를 시켜도 웬만한 집 보통보다 많고, 대를 시키면 진짜 대야 수준으로 나와요.
많이 드시는 분 아니면 소로 시키셔도 충분해요.


가게 앞에서 밀가루 반죽을 그때그때 밀어서 칼로 썰어내요.
주문 들어오면 그제야 면을 삶기 시작하는 방식이라, 손칼국수 특유의 쫄깃함이 살아 있어요.
손으로 써니까 면 두께가 일정하진 않은데, 저는 오히려 그 들쭉날쭉한 식감이 정겹더라고요.
다만 이 부분은 호불호가 갈려서, 가지런한 면을 좋아하시는 분은 살짝 투박하게 느낄 수도 있어요.

이 집은 면보다 국물이에요.
멸치 육수가 진하고 감칠맛이 깊어서, 흔한 잔치국수 국물이랑은 결이 달라요.
한 숟갈 떠먹어 보면 “아 다르네” 소리가 절로 나와요.
솔직하게 한 가지 말씀드리면, 예전보다 간이 좀 세진 것 같다는 느낌은 있어요.
짜게 드시는 게 부담되면 따뜻한 물 한 컵 받아서 국물에 살짝 타 드시면 딱 맞아요. 단골들이 쓰는 방법이에요.

밑반찬은 깍두기랑 김치 정도인데, 이 깍두기가 또 별미예요.
새콤달콤하게 잘 익어서 칼국수랑 같이 먹으면 끝이 없어요.
셀프로 더 가져다 먹을 수 있으니 눈치 보지 말고 리필하세요.
물도 셀프고요.

간판엔 30년 전통이라고 적혀 있는데, 제가 알기로는 거의 50년 가까이 된 집이에요.
착한가격업소로도 지정돼 있고요.
휴무가 조금 헷갈리는데 첫째·셋째 일요일, 둘째·넷째 월요일에 쉬어요.
헛걸음하기 딱 좋은 날이니 가시기 전에 확인하세요.
결제는 예전엔 현금만 됐는데 지금은 카드랑 제로페이, 온누리상품권, 울산페이도 돼요.
옛날손칼국수 — 조용하고 푸근한, 깍두기 맛집
경주손칼국수 바로 곁에 있는 집이에요.
재밌는 게 지도에는 “옛날칼국수"라고 떠 있는데 간판은 “옛날손칼국수"라서, 동네 사람들은 그냥 옛날손칼국수라고 불러요.
이 골목 간판들이 워낙 비슷해서, 솔직히 저도 처음엔 경주 문 닫은 날 얼떨결에 옆집인 여기로 들어왔다가 단골이 된 케이스예요.

경주손칼국수가 늘 붐비는 집이라면, 여기는 상대적으로 한산하고 푸근해요.
저는 혼자 조용히 한 그릇 하고 싶은 날엔 일부러 이 집으로 와요.
입구에 사장님이 계시다가 주문하면 그 자리에서 홍두깨로 반죽을 밀어주세요.
그 모습 보고 있으면 기다리는 시간도 안 지루해요.

가격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 제가 처음 다닐 때만 해도 한 그릇에 4,000원이었어요.
지금은 6,000원이니 오르긴 올랐지만, 요즘 물가 생각하면 여전히 착한 편이죠.

국물은 멸치 다시 육수예요.
경주손칼국수보다 좀 더 슴슴하고 담백한 쪽이라, 자극적이지 않게 먹고 싶을 때 잘 맞아요.
칼칼하게 드시고 싶으면 다진 땡초 좀 달라고 하면 정성스럽게 다져서 내주세요.

여기도 양은 푸짐해요.
한 그릇 시켰다가 곱빼기 안 한 걸 후회하는 일이 종종 있어요.

그리고 이 집의 진짜 주인공은 깍두기예요.
얻어 오고 싶을 만큼 맛있어서, 같이 간 사람들이 다들 깍두기 칭찬을 해요.
저는 칼국수보다 깍두기를 더 많이 먹은 날도 있을 정도예요.


한 가지 솔직한 단점이라면, 이 집은 카드가 안 돼요.
현금이나 계좌이체, 울산페이 QR로만 계산이 되니까 현금을 좀 챙겨가시는 게 마음 편해요.
대신 영업은 꽤 늦게까지 해서, 다른 칼국수집들이 문 닫은 저녁 시간에 와도 여기는 불이 켜져 있던 적이 많아요.
KBS 6시 내고향에도 한 번 나왔던 집이고요.
물이랑 커피는 셀프예요.

조선칼국수 — 초록 부추면과 산초 매운맛
경주손칼국수 거의 맞은편에 있는 집이에요.
이 골목에서 가장 개성이 뚜렷하고, 요즘 제일 핫한 곳이기도 해요.
여기엔 좀 뭉클한 사연이 있는데, 원래 이 자리는 어머니가 하시던 “영희칼국수"였대요.
그걸 아드님이 이어받아서 조선칼국수로 새로 단장한 거예요.
지금도 어머니가 육수를 보고 아드님이 면을 뽑는다고 하니, 모자가 같이 끌어가는 집인 셈이죠.

여기 오면 일단 면 색깔에서 한 번 놀라요.
부추를 갈아 넣어 반죽한 부추칼국수가 대표 메뉴인데, 면이 초록초록해요.
처음 보면 “이게 무슨 맛이지” 싶은데, 막상 먹어보면 부추 향은 은은하고 면은 탱글탱글 쫄깃해요.
생면이라 그런지 한참 둬도 잘 안 불어서 끝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어요.


가격이 또 착해요.
기본 칼국수가 5,000원으로 이 골목에서 제일 싸고, 부추칼국수가 6,000원이에요.

저는 개인적으로 매운수제비랑 매운칼국수를 정말 좋아해요.
그냥 고춧가루로 빨갛게만 만든 게 아니라 산초랑 방아가 들어가서, 알싸하고 칼칼한 맛이 확 살아 있어요.
매운 정도는 신라면보다 살짝 센 정도라 보시면 돼요.
속이 더부룩한 날 이거 한 그릇 먹으면 싸악 풀려요.


들깨칼국수도 빼놓을 수 없어요.
국물이 고소하고 걸쭉해서, 매운 거 못 드시는 분들이랑 같이 가면 이걸로 시켜드리면 다들 좋아하세요.

깍두기는 여기도 아삭하니 맛있어서 셀프바에서 자꾸 더 가져다 먹게 돼요.

솔직하게 아쉬운 점도 적어둘게요.
첫째로, 기본(일반) 칼국수는 기계로 뽑은 면이라 손칼국수집들보다 면 맛이 좀 떨어진다는 평이 있어요.
이왕 오셨으면 부추칼국수 같은 생면 메뉴로 드시는 걸 추천해요.
둘째로, 음식이 좀 늦게 나오는 편이고 메뉴마다 나오는 시간이 달라요.
일행끼리 서로 다른 메뉴를 시키면 한 사람 건 다 식고 다른 사람 건 안 나와서 곤란할 때가 있어요.
이럴 땐 메뉴를 같은 걸로 통일하는 게 마음 편해요.
양은 경주나 옛날보다 살짝 적게 느껴질 수 있어요.
KBS 6시 내고향이랑 울산 JCN 방송에도 나왔고, 얼마 전엔 틱톡 영상까지 화제가 됐더라고요.
손님이 많아서 합석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 테이블을 분리해서 2인석으로 만들어주시는 배려가 좋았어요.
화요일은 오전 9시 반부터 오후 2시까지만 하니 화요일 오후엔 안 가시는 게 좋아요.

세 집, 결국 어디로 갈까요
오래 다녀본 사람으로서 정리해 드리면 이래요.
진하고 클래식한 멸치 칼국수에 양 푸짐한 걸 원한다 → 경주손칼국수.
대신 점심엔 줄 설 각오는 하셔야 하고, 간이 좀 센 편이에요.
조용한 데서 푸근하게 한 그릇, 깍두기까지 챙기고 싶다 → 옛날손칼국수.
담백한 국물 좋아하시는 분께 잘 맞고, 카드 안 되니 현금만 잊지 마세요.
개성 있는 초록 부추면이나 산초 매운맛이 당긴다 → 조선칼국수.
가격도 제일 착하고, 매운 거 좋아하면 매운수제비 꼭 드셔보세요.
그런데 진짜 솔직한 제 결론은요, 셋 다 맛있어요.
이 골목 칼국수집들은 기본은 다 하거든요.
그날 줄이 짧은 집으로 들어가도 후회 없고, 몇 번 오시면 자연스럽게 본인 입맛에 맞는 단골집이 생길 거예요.
저처럼 그날 기분 따라 한 집씩 돌아가며 드셔보시는 걸 추천해요.
신정시장 구경하고 호떡 하나 물고 나오면 그게 또 울산 시장 나들이의 묘미더라고요.
